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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팅은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서버 시간을 봐도 소용이 없었다

며칠 전부터 알람을 맞춰두고 서버 시간까지 켜놓고 대기했다. 이번에 한화 이글스 경기 예매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솔직히 예전만큼의 열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막상 당일이 되니 손이 떨렸다. 예매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새로고침’을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손가락은 이미 관성적으로 F5를 누르고 있었다. 결국 대기열은 2만 번대로 넘어갔고, 1분도 안 돼서 좌석은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예매 성공한 사람들이 신기할 정도다. 내가 연습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없는 건지, 늘 이런 식이다. 결국 그날은 예매 창을 닫고 그냥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천장만 봤다. 누군가는 몇 시간씩 투자해서 성공한다는데, 나는 그 시간 동안 뭐를 했던 걸까.

중고 거래 사이트의 허탈한 가격들

예매에 실패하고 나니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티켓베이나 중고나라 같은 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눈앞에 보이는 ‘양도’ 게시물을 보면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된다. 정가 4만 원짜리 좌석이 40만 원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있자니 기가 막혔다. 10배를 훌쩍 넘는 가격인데, 누군가는 또 그걸 사려고 흥정을 하고 있겠지. 나도 잠깐 고민했다. 한 번쯤은 큰돈을 써서라도 가볼까 싶어서. 근데 막상 결제창 근처까지 가니 현타가 세게 왔다. 야구 한 번 보겠다고 며칠 치 식비를 태우는 게 맞나 싶어서 결국 창을 껐다. 사실 47만 원을 부르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기보다 그냥 씁쓸하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대리 예매라는 기묘한 풍경

한화 이글스 선예매나 특정 좌석을 구하기 위해 대리 예매를 맡기는 사람들도 많다. 개인정보를 넘겨주고 수수료를 따로 챙겨주는 방식인데, 듣기만 해도 찝찝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내 아이디 비번을 알려주고, 만약 성공하면 추가금을 입금하는 식이다. 요즘은 야구뿐만 아니라 크러쉬 콘서트나 세븐틴 일정 같은 거 뜰 때도 다들 이런 식으로 구한다고 하니, 티켓팅 자체가 하나의 기괴한 생태계가 된 것 같다. 나는 차마 그렇게까지는 못 하겠어서 포기했는데, 주위를 보면 그런 방식으로라도 구해서 가는 사람들이 승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게 과연 맞는 방식일까. 정당하게 예매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구조가 너무 당연하게 자리 잡은 게 불편하다.

경기장 앞 풍경과 묘한 소외감

예전에 직관 갔을 때 기억이 난다. 경기장 앞에 가면 암표상들이 슬쩍 다가와서 표 있냐고 묻거나, 티켓 양도글 올린 사람과 현장에서 만나서 거래하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봤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참 징하다’는 거였다. 야구를 보러 온 건지, 티켓을 구하러 온 건지 구분이 안 가는 상황들. 한화 이글스처럼 팬층 두터운 팀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 경기장에 들어가서 응원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표를 구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도 그냥 맘 편히 현장 매표소 가서 표 사서 들어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건 옛날이야기가 된 것 같다.

그래도 결국 다시 접속하게 되겠지

결국 이번 경기는 포기했다. TV로 중계 보면서 치킨이나 시켜 먹는 게 마음 편하다. 근데 웃긴 건, 다음 주 경기 예매 안내 공지가 올라오면 또 알람을 맞추고 있을 내 모습이 뻔하다는 거다. 이게 중독인지, 아니면 그냥 내 유일한 낙이라서 포기를 못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한화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야구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에너지를 포기할 수가 없다. 다음엔 조금 더 빠른 인터넷 환경에서 해볼까, 아니면 그냥 느긋하게 취소표가 풀리는 새벽 시간을 노려볼까 고민 중이다. 사실 새벽에 취소표 잡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결국 이번에도 시간 낭비인 줄 알면서 나는 또 티켓 예매 사이트를 기웃거릴 것 같다.

“티켓팅은 나랑 안 맞는 것 같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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