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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연극 보려고 예매하다가 속이 좀 터졌던 날

갑자기 예매처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주말에 별다른 계획이 없어서 대학로나 나가볼까 하다가 급하게 연극을 찾아보게 되었다. 사실 대학로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많지만, 막상 가면 그래도 사람이 많고 북적거리는 맛에 가끔 가게 된다. 그런데 티켓을 예매하려고 사이트를 몇 군데 열어두고 보니 이게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었다. 누구는 인터파크가 편하다고 하고, 누구는 타임티켓이 할인율이 높다고 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예전에는 그냥 현장 매표소 가서 표 사는 게 제일 빨랐던 것 같은데, 요즘은 무조건 앱으로 예매를 해야 자리를 고를 수 있으니 선택권이 많아진 건지, 아니면 그냥 눈치싸움만 더 치열해진 건지 모르겠다. 결제하려고 보니까 무슨 보안 프로그램 설치하라는 창이 두 번이나 뜨는데, 그 창 닫고 다시 확인 누르는 과정에서 이미 내 눈여겨보던 앞자리는 누군가 채가고 없었다.

네이버 예약과 타임티켓 사이에서의 고민

결국 돌고 돌아서 네이버 예약이랑 타임티켓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사실 내가 보려던 연극이 ‘죽여주는 이야기’였는데, 이게 대학로에서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그런지 예매처마다 가격이 미세하게 달랐다. 타임티켓에서는 15,000원 정도에 예매가 가능했는데, 네이버로 들어가니 쿠폰을 받으면 조금 더 저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또 계산기를 두드렸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몇 천 원 아끼자고 이렇게 앱 3개를 켜놓고 비교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대학로 소극장 티켓이 보통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인데, 예매 수수료 붙고 나면 결국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그냥 아무거나 눌러서 결제할걸, 괜히 더 싼 곳 찾겠다고 시간을 20분이나 허비했다. 결국 귀찮아져서 제일 처음 봤던 곳에서 그냥 결제해버렸다.

대학로 극장은 왜 이렇게 찾기가 힘들까

예매는 어찌어찌 끝냈는데, 사실 더 문제는 공연장 위치였다. 대학로에 극장이 정말 많기는 한데, 지도 앱을 켜도 골목길 안쪽으로 숨어있는 곳들이 많다. 이번에 내가 간 곳은 TOM(티오엠) 근처였는데, 골목을 두 번이나 지나쳐서 빙빙 돌았다. 처음 가는 곳도 아닌데 왜 매번 길을 헤매는지 모르겠다. 시간 맞춰서 여유 있게 도착하려던 계획은 이미 예매 단계에서부터 틀어졌고, 길 찾느라 또 10분을 소비했다. 공연 시작 15분 전에는 도착해야 마음이 편한데, 골목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극장 간판 찾고 있으니까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더라.

공연장 안의 그 좁은 의자들

공연장에 겨우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소극장 공연 특유의 그 좁고 딱딱한 의자는 올 때마다 적응이 안 된다. 앞사람이랑 무릎이 거의 닿을 정도고, 중간에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옆 사람들을 다 일어나게 해야 하는 구조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게 대학로 공연의 매력이자 단점인 것을. 옆자리 앉은 커플은 팝콘 같은 걸 먹으려다가 제지당하는 것 같았는데, 괜히 내가 다 민망했다. 극장이 좀 낡아서 그런지 에어컨 소리도 공연 중에 간헐적으로 크게 들렸다. 극에 몰입해야 하는데 그 소음이 계속 신경 쓰여서 집중이 잘 안 될 때도 있었다. 배우들은 정말 열심히 연기하는데, 관객석 환경이 좀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끝내고 나오니 남는 건 피로감뿐인가

연극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해가 져 있었다. 공연 시간은 대략 90분 정도였는데, 예매부터 길 찾기, 공연 관람까지 합치면 거의 반나절을 보낸 셈이다. 사실 공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배우들의 에너지가 바로 눈앞에서 느껴지는 건 확실히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맛이 있으니까.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해보니 다음번에는 굳이 이렇게 발품 팔아서 예매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냥 집 근처에서 영화나 볼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어쨌든 대학로라는 곳은 참 이상하다. 가기 전에는 엄청 설레고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막상 다녀오면 진이 다 빠진다. 그렇다고 다음에 또 안 갈 거냐고 묻는다면, 아마 또 한 달쯤 지나면 까맣게 잊고 ‘오랜만에 연극이나 볼까’ 하면서 예매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을 것 같다. 이게 대학로가 가진 희한한 힘인지, 아니면 그냥 내 기억력이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그나마 표 값이 아깝지는 않았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그냥 다음에는 예매할 때 너무 이것저것 비교하지 말고 보이는 대로 바로 결제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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