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만 들여다보다가 끝난 오후 7시
며칠 전 안산에서 열리는 ‘서머페스타&여르미오’ 콘서트 티켓팅을 시도했다. 사실 루시가 온다는 소식 하나만 보고 달려든 건데, 요즘은 무슨 지역 축제 하나 보는 것도 이렇게 치열한지 모르겠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네이비즘을 띄워놓고 초 단위로 새로고침을 하는데,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꼭 수능 시험지 받기 전 같았다. 정각이 되자마자 예매 버튼을 눌렀는데, 결과는 ‘대기 순서 5,000번대’. 아니, 무료 공연인데 다들 왜 이렇게 진심인 건지 싶었다. 멜론티켓이나 인터파크 같은 대형 사이트야 원래 전쟁터라지만, 이런 지역 축제 예약 시스템까지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돌아갈 줄은 몰랐다.
예약 시스템은 생각보다 더 불친절했다
결국 첫 시도는 실패했다. 대기하다 보니 서버가 툭 끊기기도 하고, 다시 들어갔더니 이미 자리는 다 나간 뒤였다. 안산시 통합예약시스템이라는 게 평소에 자주 들어가는 곳도 아니다 보니, 로그인 과정에서부터 버벅댔다. 비밀번호는 왜 자꾸 틀렸다고 나오는지, 휴대폰 인증번호는 또 왜 이렇게 늦게 오는지. 이미 다들 입장권을 가져갔을 시간인데 나 혼자 인증번호 입력창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게 참 헛웃음이 나왔다. 대리티켓팅업체라는 게 왜 성행하는지, 그 절박함을 잠깐이나마 이해할 것 같기도 했다. 물론 돈을 주고 맡기는 건 좀 과한 것 같아서 포기했지만.
무료 공연이 유료 공연보다 더 힘들 때가 있다
예전에 국립대구박물관에서 했던 공연은 별도의 예약 없이 그냥 가면 됐던 것 같은데, 요즘은 어디든 사전 예약이 필수다. 한강 야영장 예약도 그렇고, 도심 축제도 다 선착순이다. 가격대가 0원이라 부담은 없는데, 그만큼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게 오히려 더 피로하게 느껴진다. 운 좋게 취소표가 풀리는 걸 기다려볼까 싶어서 틈틈이 새로고침을 해봤다. 대략 5~10분 정도 간격으로 들어가 봤는데, 어쩌다 빈자리가 하나 생겨도 결제 직전 단계에서 이미 다른 사람이 선점해버리더라. 그 속도가 정말 사람의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연습 삼아 해본 재즈 공연 예매
오기가 생겨서 한양대 ERICA에서 한다는 댄 님머 재즈 공연도 한번 찾아봤다. 이건 NOL 티켓이나 네이버 예약을 통해서 할 수 있었는데, 확실히 축제 예약 사이트보다는 인터페이스가 조금 더 익숙했다. 그런데도 막상 들어가니 또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티켓 가격이 보통 2~3만 원대였나, 아주 비싼 건 아니었지만 좌석 선택 화면에서 멈칫하는 순간 이미 다른 자리가 팔려나가는 건 어디나 똑같더라. 예전에 박지훈 콘서트 예매할 때 느꼈던 그 막막함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결국 끝까지 손에 쥐지 못한 표
결국 이번에도 제대로 된 자리는 구경도 못 했다. 서버가 터졌네, 누가 매크로를 돌렸네 하는 불만 섞인 커뮤니티 글들을 보며 괜히 위안을 삼아본다. 사실 공연을 보러 가는 것보다 예매라는 과정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숙제처럼 느껴지는 게 문제다. 다음에는 그냥 마음 편하게 예약 없는 소규모 공연이나 찾아볼까 싶기도 하다. 근데 또 막상 좋아하는 가수가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오늘처럼 또 멍하니 서버 시간을 보고 있을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집착하게 되는지 참 스스로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