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작하게 된 무대 욕심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뮤지컬을 보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티켓 오픈 시간에 맞춰 광클을 하거나,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뮤지컬 순위를 찾아보며 주말을 보내는 게 낙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직장 근처에서 연극 동호회 겸 뮤지컬 워크숍을 한다는 공고를 봤다. 처음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 후에 연기나 좀 배우면 재밌겠다 싶었다. 학원비는 3개월에 80만 원 정도였는데, 당시엔 그게 그렇게 큰돈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서면 연기학원 같은 곳도 알아봤지만, 결국 집이랑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딤프린지 구경 갔다가 덜컥 무대 욕심이
운 좋게 동호회 사람들과 다 같이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를 보러 가게 됐다. 일반인들이 무대에 서서 자신들이 준비한 뮤지컬을 공연하는 ‘딤프린지’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거기서 꽤 큰 충격을 받았다. 다들 직업도 다르고 나이대도 제각각인데, 무대 위에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였다. 그때 동호회 형님이 ‘우리도 내년엔 저기 나가보자’라고 던진 말이 화근이었다. 아니, 나는 그냥 취미로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공연을 올리는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다들 의욕이 넘쳐서 연습실을 잡고 난리가 났다. 그땐 그게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용인연수원에서 합숙 아닌 합숙을 하게 된 이유
공연을 두 달 앞두고는 연습 강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평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는 기본이고, 주말에는 경기도 연수원 시설을 빌려서 연습을 했다. 용인 근처에 있는 작은 연수원이었는데, 환경은 쾌적했지만 우리는 공연 대본을 외우느라 거의 밤을 새웠다. 집에서 1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였는데도 매주 왕복했다. 연기 지도를 해주시는 분이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전문가라 그런지 가르치는 건 빡세더라. ‘감정을 더 끌어올려라’, ‘발성을 제대로 해라’라는 말을 수백 번 들으니 나중에는 내가 지금 연기를 하는 건지 군대 훈련을 받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때 쓴 비용만 해도 이미 꽤 큰돈이 나갔는데, 공연을 하기도 전에 벌써 지쳐버렸다.
왜 나는 일반인으로서 무대에 서려고 했을까
연습 중간에 잠깐 회의감이 들었다. 가끔 커뮤니티를 보면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뮤지컬 주연을 맡는 걸 두고 말이 많지 않나. 나도 뮤지컬 순위나 보면서 즐기던 사람인데, 막상 내가 그 언저리에 가서 흉내를 내보려니 이게 참 우스운 일 같았다. 같이 연습하는 동료 중에 세무사 일을 하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이거 돈 안 되는 짓인 거 알지만, 무대 위에서 조명받는 순간만큼은 세무 업무보다 훨씬 짜릿하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다시 연습에 몰두하게 되더라. 하지만 가끔은 그냥 퇴근하고 맥주 한잔 마시며 공연 관람이나 할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무대를 마치고 나서 남은 기묘한 기분
결국 공연은 무사히 끝났다.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 몇 명만 불러서 소박하게 진행했는데, 막상 조명을 받고 무대에 서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실수는 많았고, 노래도 음정이 흔들렸지만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는 순간 모든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이제 다시는 안 해야지’였다. 몸도 너무 힘들고, 일상생활을 병행하면서 공연 준비를 하는 건 진짜 할 짓이 못 된다는 결론이 났다. 그런데 지금도 가끔 공연 영상 찍어놓은 걸 다시 돌려본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조금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그냥 그날의 조명 냄새만 가끔 떠오를 뿐이다.

경기도 연수원 가는 게 거의 밤새우는 일이었던 거 보니 진짜 힘들었겠다. 저 분도 연습하다 지칠 만 하네요.
세무사님 말씀처럼, 제가 생각하는 ‘짜릿함’은 딱 순간적인 아찔함이 아니라, 함께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연수원 밤샘 연습 정말 힘들었겠네요. 저도 악기 배우려고 한 번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집중이 안 되더라구요.
연수원 밤샘 연습, 정말 힘들었겠네요. 특히 ‘감정 끌어올려라’ 듣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