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날씨가 제법 풀렸길래 갑자기 연극이나 한 편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혜화역 근처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솔직히 예매 사이트를 미리 뒤적거리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다. 요즘 공연 티켓 예매 사이트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 예약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좌석 배치도도 모바일로 보면 왜 이렇게 눈에 잘 안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결국 당일에 급하게 결정한 거라 인기 있는 공연은 이미 매진이거나 자리가 맨 뒷줄 구석밖에 없었다.
모바일 예매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지하철 4호선을 타고 가면서 폰으로 공연 예매 사이트를 몇 군데 열어봤다. 인터파크부터 시작해서 소셜커머스 사이트까지 다 들어가 봤는데, 갑자기 결제 수단이 등록 안 되어 있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인증 절차를 거치라더라. 버벅거리는 지하철 와이파이 속에서 그 짓을 하고 있자니 정말 현기증이 났다. 예매 수수료는 또 왜 그렇게 야금야금 붙는지 모르겠다. 1인당 1,000원 정도는 그냥 우습게 추가되는데, 이게 쌓이면 커피 한 잔 값은 그냥 나가는 셈이다. 차라리 그 돈 아껴서 공연 끝나고 근처에서 맥주나 한 잔 더 마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예매를 완료하지 못한 채로 혜화역에 내렸다.
현장 예매의 뜻밖의 번거로움
대학로에 도착해서 눈에 보이는 극장 매표소에 무작정 들어갔다. 운이 좋으면 현장 할인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예전에 가평 이탈리아 마을에서 인형극 봤을 때는 그냥 입구에서 표 사서 들어가는 게 편했는데, 대학로는 시스템이 완전히 달랐다. 매표소 직원분께 지금 볼 수 있는 공연이 있냐고 물었더니, 대뜸 ‘어떤 장르를 원하시냐’부터 물어보신다. 나는 그냥 지금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을 뿐인데, 너무 구체적인 선택지를 요구받으니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결국 3만 원짜리 연극 티켓을 현장에서 구매했는데, 온라인에서 보던 좌석 배치도보다 훨씬 좁고 불편해 보이는 좌석으로 배정받았다.
좁은 객석과 집중력의 관계
연극 시작 15분 전부터 입장했는데, 극장 안이 정말 상상 이상으로 좁았다. 앞사람 머리에 가려서 무대가 제대로 보일까 걱정이 앞섰다. 예전에는 혜화 연극 순위를 검색해서 평점 좋은 것만 골라 다녔는데, 오늘은 그냥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것’이 기준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극장 안은 벌써 습기가 가득 찼고, 에어컨 소리가 무대 연기보다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모노드라마 같은 건 숨소리 하나도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산만한 환경에서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됐다. 그래도 일단 들어왔으니 주머니에 있던 핫팩을 꺼내 무릎 위에 올려두고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공연 중간에 든 이상한 생각들
공연이 중반쯤 흘러가는데, 옆 좌석에 앉은 관객이 계속해서 가방 지퍼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소한 소음인데 좁은 공간이라 그런지 아주 크게 들렸다. 공연 내용에 몰입하려고 애를 썼지만, 자꾸만 아까 예매 사이트에서 봤던 그 복잡한 로그인 화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차라리 집에서 편하게 OTT로 영화를 볼걸 그랬나 싶다가도, 배우들의 땀방울이 직접 보이는 이런 현장감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편한 걸 원하면서도 또 이렇게 굳이 불편한 곳을 찾아와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남은 것들
연극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밤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공연 만족도를 굳이 점수로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6점 정도? 배우들은 열연했지만, 역시나 좌석의 불편함과 옆 관객의 소음이 몰입을 방해한 건 사실이다. 다음에 다시 연극을 보러 온다면, 그때는 진짜 마음먹고 2주 전쯤에 미리 인터넷으로 좌석을 지정해서 예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마 다음번에도 똑같이 당일에 급하게 나가서 현장 매표소 앞에서 서성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보다, 이렇게 조금씩 어긋나는 과정 자체가 대학로 나들이의 일부분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엔 조금 더 일찍 와서 여유롭게 저녁이나 먹어야겠다.

모바일 예매 사이트 정말 복잡하네요. 제가 전에 비슷한 경험 있어서, 당일에 급하게 결정하면 자리도 좋지 않고, 시간도 많이 낭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