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페이지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던 시간들
얼마 전에 인기 있는 공연 예매를 시도하다가 정말 진을 다 뺐다. 분명히 오전 10시 정각에 맞춰서 접속했는데, 대기 순번이 5천 번대에서 움직이지를 않더라. 찰리푸스나 조성진 같은 유명한 분들 내한 공연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예매가 힘든 건지 이해가 안 갔다. 골프장 예약 앱이나 맛집 캐치테이블 입점 매장 잡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공연 예매는 정말 전쟁이다. 결국 원하는 좌석은 순식간에 다 사라지고, 빈자리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결제 창조차 구경 못 하고 튕겨 나왔다. 내 노트북이 문제인가 싶어서 괜히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만 몇 번을 들락거렸는지 모른다. 예전에는 그냥 마음 편하게 현장 가서 줄 서면 어떻게든 표를 구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세상이 너무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나 같은 사람은 가끔 소외감을 느낀다.
결국 포기하고 현장 발권을 기웃거리게 된 이유
인터넷으로 하는 예매가 다 매진이라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송파구에서 하는 공연 취소분을 노려보러 직접 가봤다. 어떤 공연은 온라인 예약이 조기 마감되어도 당일 현장 발권이 가능하다고 해서 혹시나 싶었던 거다. 막상 가보니 나처럼 정보를 듣고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날씨는 덥고 서 있는 게 곤욕이었는데, 한 30분 정도 기다렸나. 운 좋게 취소 표가 하나 나와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온라인 예매 대행 업체니 뭐니 해서 웃돈을 주고 표를 사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나는 왠지 그렇게까지 해서 공연을 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런 기다림의 과정 자체가 공연의 일부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권하는 게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니 매번 이렇게 하기도 참 어렵다.
좌석 선택의 고민과 묘한 현장감
런던 소호에서 레미제라블을 봤을 때는 미리 예약을 안 해서 자리가 정말 엉망이었다. 2층 사이드 쪽 구석탱이였는데, 고개를 계속 옆으로 돌리고 봐야 해서 공연 끝나고 목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른다. 이번에 국내에서 본 공연은 그래도 나름대로 시야를 확보하려고 노력했는데, 예매 앱을 들여다봐도 좌석 배치도만 보면 감이 잘 안 온다. 어떤 공연장은 스톨 좌석이 무대랑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전체적인 안무가 안 보이고, 또 어디는 드레스 서클이 경사가 너무 심해서 앞사람 머리에 가려진다. 잠실 야구장 티켓 예매할 때도 항상 느끼는 거지만, 결국 좋은 자리는 다 매크로가 가져가는 건지, 내가 손이 느린 건지 매번 헷갈린다. 10만 원이 넘는 돈을 내고 가면서도 어디 앉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200% 달라지니까 이게 참 고민이다.
예약 앱과 실제 현장의 온도 차이
롯데워터파크처럼 대형 시설 예약도 홈페이지에서 다 해결되긴 하지만, 공연은 또 다르다. 어떤 곳은 모바일 바코드를 찍고 들어가는데, 어떤 곳은 아직도 종이 티켓을 뜯어서 준다. 종이 티켓을 손에 쥐고 있어야 진짜 공연을 보러 왔다는 기분이 드는 건 나만 그런 걸까. 가끔은 예약 앱이 너무 복잡해서 어르신들은 아예 공연장 근처에도 못 오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엄마도 예전엔 공연장 앞 매표소에서 사람하고 직접 대화하면서 표를 사셨는데, 요즘은 키오스크 아니면 앱으로만 다 하려니 답답해하신다. 나도 가끔은 예약 앱이 서버 점검 중이라고 뜨면 당황스러운데, 그때마다 그냥 예전 방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물론 예약이 편리해진 건 맞는데, 그 편리함 속에 뭔가 잃어버린 감성이 있는 것 같다.
정해진 가격과 그렇지 않은 가치
보통 티켓값이 5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이게 비싼 건지 싼 건지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 가끔 가늠이 안 된다. 퀄리티가 정말 좋아서 티켓값이 하나도 안 아까울 때도 있지만,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공연 중에 조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좀 허탈하다. 티켓 중고 거래 카페에 들어가 보면 정가보다 더 비싸게 파는 사람들도 많고, 그걸 또 울며 겨자 먹기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죽어도 그렇게는 못 하겠다 싶으면서도, 막상 정말 보고 싶은 가수가 오면 흔들릴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정답은 없는 문제 같다. 그냥 내가 얼마나 공연에 몰입했느냐가 그 티켓의 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닐까. 공연장 밖으로 나오면 항상 시원섭섭한 마음이 드는데, 그 기분 때문에 또 다음 공연 티켓을 찾아 예매 앱을 켜게 되는 것 같다.

런던 레미제라블 경험 생각난다니까요? 스톨 좌석 때문에 목 아파서 진짜 힘들었었거든요.
노트북 때문에 속 좀 지치셨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며칠 동안 계속 답답했었거든요.
종이 티켓을 들고 있는 느낌이 정말 생생하네요. 앱으로 바뀌면서 그런 감성을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맞아요.
송파구 공연 취소분 기다리는 사람들 봤는데, 진짜 끈기 있네요. 저도 몇 번 실패하고 현장 뛰쳐나갔던 기억이 새록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