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모시고 갈 만한 공연을 찾다가 알게 된 것들
매년 어버이날이나 부모님 생신 시즌이 돌아오면 이번에는 뭘 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게 된다. 맨날 하는 외식은 식상하고, 뭔가 기억에 남는 걸 해보고 싶어서 고민하던 중에 여동생이 가족공연 같은 걸 하나 예매해서 같이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정작 지는 요즘 애 키우느라 바빠서 유아피아노교재 고르고 학원 알아본다고 바쁘다며 예매 업무를 나한테 전부 떠넘겼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하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을 알아봤는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1층 괜찮은 자리는 한 석에 15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세 명 자리를 연석으로 잡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다 문득 충주에 계신 부모님이 지난번에 집 근처에 플래카드가 걸린 걸 봤다며 말씀하셨던 충주뮤지컬 생각이 났다. 솔직히 지방에서 하는 공연이라 퀄리티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예전에 한예종무대미술과 입시 준비를 했던 사촌 동생한테 물어보니 요즘은 지역 문화예술회관에서도 나름대로 괜찮은 공연기획사 주관 하에 쏠쏠한 작품들을 많이 올린다고 해서 한번 알아나 보자 싶었다.
대형 예매 사이트와 로컬 예매 시스템의 기묘한 차이
보통 우리가 흔히 가는 대형 KPOP콘서트나 서울 대극장 뮤지컬은 인터파크나 예스24 같은 대형 플랫폼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예매가 끝난다. 대기열이 밀려서 문제지 시스템 자체가 이상한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이번에 이용한 지역 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는 정말이지 2010년대 초반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았다. 회원가입부터 본인 인증을 거쳐 로그인을 하는 데만 수십 분이 걸렸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엑티브엑스 비슷한 보안 프로그램을 깔라고 뜨는 걸 보고 1차로 깊은 한숨이 나왔다. 좌석 선택 창으로 넘어갔는데도 마우스 클릭이 제대로 안 먹혀서 화면이 멈추는 일이 반복됐다. 티켓 가격은 VIP석이 55,000원, R석이 40,000원 선이라 서울에 비하면 훨씬 저렴했지만, 결제 오류 때문에 창이 세 번이나 꺼지는 바람에 결국 결제까지 완료하는 데 거의 40분이 걸렸다. 중간에 그냥 포기하고 영화나 보러 갈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오랜만에 연극배우들 숨소리 들리는 현장감을 느끼고 싶다 하신 부모님의 말씀이 눈에 밟혀 꾹 참고 마우스를 붙잡고 있었다.
생각보다 치열했던 티켓 가격과 좌석 확보의 현실
지방에서 하는 로컬 공연이라고 해서 관객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내 착각이었다. 예매 페이지를 겨우 열었을 때 이미 중앙 블록의 앞줄은 거의 다 매진 상태였다. 알고 보니 지역 복지관이나 부녀회 같은 단체에서 단체 관람으로 미리 표를 대거 선점한 모양이었다. 남은 자리 중에서 겨우 통로 쪽 R석 세 자리를 장당 50,000원 정도에 예매할 수 있었다. 결제 단계에서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라는 팝업창이 뜰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이건 무슨 인기 배우오디션 티켓팅을 하는 것보다 더 신경이 곤두서는 과정이었다. 예매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상담원분도 이런 문의를 많이 받았는지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크롬 브라우저 말고 엣지로 접속해서 시도해 보라고 하셨다. 신기하게도 브라우저를 바꾸니 결제가 한 번에 넘어갔다.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원하던 자리를 다 놓치고 약간 사이드 쪽으로 밀려난 티켓을 손에 쥐게 되었다.
충주문화예술회관 현장에서 마주한 뜻밖의 대기 시간
공연 당일, 부모님을 모시고 충주문화예술회관으로 향했다. 주차장이 꽤 넓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인데도 주차장 진입로 입구부터 차들이 길게 늘어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주차 안내를 해주는 요원도 없어서 앞차들끼리 엉켜서 빵빵거리는 통에 출발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결국 우리는 회관 주차장에 대는 것을 포기하고, 골목길을 돌고 돌아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주택가 골목길 한구석에 간신히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와야 했다. 날씨도 더운데 부모님을 모시고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려니 벌써부터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로비에 들어섰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요즘 대학로 연극이나 서울 공연장처럼 키오스크에서 바코드를 대고 티켓을 뚝딱 뽑는 게 아니라, 스태프 두 명이 기역ㄴㄷ 순으로 정리된 종이 명부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실물 티켓을 나눠주고 있었다. 티켓 수령 대기 줄에서만 또 30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부모님은 옆에서 “그냥 집에서 TV나 볼 걸 그랬다”며 미안해 섞인 투정을 부리셨고, 나는 나대로 진이 빠져서 대답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대학로 연극이나 대형 콘서트와는 달랐던 무대 연출의 느낌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공연장은 옛날 구민회관 느낌이 물씬 풍겼다. 공연은 지역의 역사적인 인물 이야기를 각색한 창작극이었는데, 무대 위에 올라온 연극배우들은 나름대로 열정이 넘쳤다. 특히 남주인공 역할을 맡은 분은 키도 훤칠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대충 봐도 잡지모델을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비주얼이 돋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공연장의 음향 설비였다. 배우들이 감정이 격해져서 고음을 내지르거나 오케스트라 엠알 소리가 커질 때마다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듯한 하울링 소리가 났다. 귀가 찌릿할 정도로 거슬리는 소리가 몇 번 반복되니까 공연 몰입도가 확 떨어졌다. 예전에 갔던 대형 KPOP콘서트의 웅장한 사운드나, 대학로 소극장의 아기자기하면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음향과 비교하면 확실히 전문 공연장이 아닌 곳의 한계가 명확히 느껴졌다. 그래도 부모님은 배우들이 땀 흘리며 노래하는 모습이 기특하셨는지 집중해서 보셨다. 중간에 약간 키즈공연에나 나올 법한 유치한 슬랩스틱 개그 코너가 뜬금없이 끼어있었는데, 객석을 가득 채운 어르신들은 그 부분에서 가장 크게 웃으시는 걸 보고 대중 공연의 타깃층이 참 다양하구나 싶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남은 묘한 생각들
약 110분 동안의 공연이 모두 끝나고 커튼콜이 진행되는 동안 서둘러 짐을 챙겼다. 주차장에서 나가는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답이 없을 것 같아서였는데, 우리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는지 나가는 문 쪽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좁은 골목길에 불법 주차된 차들과 회관을 빠져나가는 차들이 엉켜서 결국 차를 빼고 큰길로 나오는 데만 다시 25분이 넘게 걸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버지는 오랜만에 바람 쐬고 연극 구경도 해서 좋았다고 하셨지만, 어머니는 의자가 너무 딱딱해서 허리가 아프다며 연신 허리를 두드리셨다. 셋이 합쳐 15만 원 돈을 쓰고 황금 같은 주말에 왕복 운전과 주차 전쟁, 티켓 대기까지 겪은 피로감을 생각하면 이게 정말 현명한 소비였는지 마음 한구석에 묘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냥 그 돈으로 집 근처 조용한 한정식집에서 맛있는 밥이나 먹는 편이 부모님 체력에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스쳤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지방 로컬 공연은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해 보고 결정할 것 같다. 만족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준비하는 과정의 번거로움에 비해 남는 피로도가 너무 컸던 하루였다.

주차장 문제 때문에 정말 힘들었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라 그런지 더 공감돼네요.
주차 문제 생각만 해도 지금 다시 차가 막히는 것 같네요. 특히 부모님과 함께라면 더 신경 쓰이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