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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연극 한 편 보려다가 꼬여버린 주말

무턱대고 대학로에 나갔던 날

지난 주말에는 그냥 날씨도 좋고 집에 있기는 좀 그래서 무작정 혜화역으로 나갔다. 예전엔 대학로가 참 익숙했는데, 언제부턴가 연극 예매하는 게 너무 복잡해진 것 같다. 옛날에는 그냥 매표소 가서 표 끊으면 그만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예매 사이트가 너무 많고 할인 조건도 제각각이라 머리가 다 아프다. 혜화역 4번 출구 근처에서 서성이다가 급하게 네이버 예약을 켜고 제일 위에 보이는 코믹 연극을 하나 골랐다. 사실 연극 제목이 뭐가 중요한가 싶어서 대충 평점 높아 보이는 걸로 클릭했는데, 결제 직전에 갑자기 할인 옵션이 쏟아지니까 손가락이 멈칫하게 되더라.

학생 할인인지 뭔지 때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할인 항목을 보니까 학생 할인, 재학 증명서 지참 시 할인 같은 게 줄줄이 나오는데, 나는 이미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복지카드나 다둥이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인 정가 티켓을 그냥 사려니 왠지 모르게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옆에서 친구는 조기 예매 40% 할인을 받았네, 어디 공연은 1만 원에 예매했네 하는 소리를 듣고 나니 제값 다 주고 보는 게 너무 억울해졌다. 결국 현장에서 할인 쿠폰을 적용해보려고 낑낑대다가 공연 시작 시간만 10분 넘게 늦어질 뻔했다. 결국 그냥 제값 내고 들어갔는데, 그러고 나니 괜히 씁쓸한 마음이 들더라.

극장의 좁은 의자와 100분의 시간

결국 들어간 극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좁았다. 앞사람 머리 때문에 배우 발끝도 안 보이는 위치였는데, 공연 시간은 무려 110분이었다. 90분 정도면 딱 적당했을 텐데, 중간에 화장실도 가고 싶고 의자도 딱딱해서 엉덩이가 저려왔다. 옆자리 앉은 커플은 꺄르르 웃으면서 보는데, 나는 왜 계속 ‘아, 내일 출근인데 이 연극 언제 끝나나’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극장이 혜화역 깊숙한 골목에 있어서 공연 끝나고 나오니까 밤 9시가 넘었는데, 집에 갈 생각 하니 벌써 피로가 몰려왔다. 차라리 저녁이나 맛있는 거 먹을걸 싶기도 하고.

티켓 가격은 도대체 어떻게 책정되는 걸까

어떤 연극은 전석 1만 원이라는데, 어떤 건 5만 원이 넘고. 기준이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딜리버리 같은 유명한 연극은 지방 순회 공연 가면 가격이 싸지기도 한다는데, 대학로에서는 왜 이렇게 비싼지. 내가 본 연극은 배우들 열정은 정말 대단했는데, 그 열정을 5만 원이라는 가치로 환산해야 하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예술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건 알지만, 주머니 사정이 뻔한 직장인 입장에서는 매번 공연 보기가 참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다음에는 집에서 ott나 볼까 싶다

공연 보고 나오면서 대학로 거리를 좀 걸었는데, 예전만큼 북적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연극 보러 오려고 시간 맞추고, 예매하고, 할인 챙기느라 기운을 다 뺐더니 오히려 주말이 더 피곤해진 느낌이다. 다음번에는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나 볼까 하는 생각이 벌써 든다. 그래도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라이브로 배우들 숨소리 듣던 그 순간만큼은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다음번에도 혜화역에 내리면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헤매고 있을 것 같긴 한데, 글쎄, 다음엔 정말 신중하게 골라야지.

“대학로에서 연극 한 편 보려다가 꼬여버린 주말”에 대한 3개의 생각

  1. 학생 할인 조건들이 너무 복잡하게 짜여진 것 같아요. 저도 예매 전에 엄청 고민했었는데, 결국 그냥 제값 주고 보는 게 더 정신 건강에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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