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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 펼 틈도 없어서 구석진 경사면에 앉아 들어야 했던 야외 공연

갑자기 야외 공연을 보러 가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얼마 전에 주말을 앞두고 갑자기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 보고 싶어졌다. 마침 대구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인디밴드 공연이랑 무슨 행사 식전 공연 같은 것들이 겹쳐서 열린다는 소식을 인터넷에서 얼핏 본 게 화근이었다. 평소에는 집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으면서, 그날따라 왜 그렇게 바람을 쐬며 라이브 음악을 듣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대구에 살면서도 야외음악당은 정말 오랜만에 가는 거라, 예전의 널널하고 여유롭던 잔디밭 풍경만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돗자리를 펴놓고 선선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들으면 한 주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싹 날아갈 것 같았다. 친구에게 연락해 대충 시간 맞춰서 두류역 쪽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가벼운 동네 산책 정도로 생각했지, 그렇게 사람이 몰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두류역에서 야외음악당까지 걸어가며 마주한 정체

우리는 지하철 2호선 두류역 14번 출구에서 만나 걸어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걸어서 한 15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였다. 그런데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올 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돗자리를 든 사람들과 치킨 상자를 든 배달원들이 엉켜서 출구 앞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좁은 인도 위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걸어가는데, 날씨는 또 대구 특유의 덥고 습한 공기가 가득해서 5분도 안 걸어 땀이 나기 시작했다. 길가에서는 돗자리를 장당 6,000원에 파는 상인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유모차와 자전거까지 엉켜서 걷는 속도가 평소의 반의반도 안 나왔다. 그냥 버스를 탈 걸 그랬나 싶었지만, 주변 도로를 보니 차들도 아예 움직이지 못하고 꽉 막혀 있어서 걸어가는 게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미 이때부터 살짝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돗자리 명당을 포기하고 구석에 겨우 자리를 잡기까지

겨우 야외음악당 잔디광장 진입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엄청난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무대가 잘 보이는 앞쪽 명당자리는 고사하고, 중간쯤에도 돗자리 하나 펼 틈이 보이지 않았다. 돗자리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옆자리 사람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다 들릴 정도였다. 예전에 서울 한강공원 반포지구에 밤도깨비 야시장 보러 갔을 때 돗자리 깔던 것보다 훨씬 더 빽빽하고 여유가 없어 보였다. 우리는 무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리는 깨끗하게 포기하고, 잔디밭 가장자리 쪽에 나무 둥치 옆 경사진 곳에 겨우 돗자리를 폈다. 몸이 자꾸 아래로 미끄러지는 느낌이 드는 불편한 자리였지만, 서서 공연을 볼 수는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흙먼지도 좀 날리고 엉덩이도 아팠지만 일단 자리를 잡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주저앉았다.

치킨 주문과 화장실 대기 시간에 지쳐버린 순간

이런 야외 공연의 묘미는 먹을거리라며 치킨을 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배달 앱을 켜보니 거의 모든 가게의 대기 시간이 기본 60분 이상이었다. 결국 야외음악당 입구 쪽으로 직접 픽업을 가기로 하고 근처 프랜차이즈에 전화를 걸어 치킨 한 마리를 23,000원에 주문했는데, 주문이 밀려 배달을 받기까지 대기 시간만 50분이 넘게 걸렸다. 음식을 받으러 인파를 헤치고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졌다. 게다가 간신히 치킨을 먹고 나니 화장실 신호가 왔다. 공중화장실 앞으로 늘어선 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자 화장실 줄은 끝이 안 보였고, 나 역시 줄을 서서 20분 넘게 기다리며 왜 내가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손 씻을 물도 졸졸 나와서 찝찝함은 덤이었다.

무대 위 공연보다 주변 소음이 더 크게 들렸던 상황

우리가 겨우 자리를 잡은 곳이 무대와 꽤 멀다 보니,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보다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앞자리에서는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사를 외치고 있었고, 뒤쪽에서는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무대 위에서 분명 어떤 밴드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고, 악기 소리도 나는데 내 귀에는 웅웅거리는 잡음과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섞여서 정체불명의 소음으로 들렸다. 공연 리플릿에 적힌 가수의 목소리를 제대로 감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끔 드럼 소리가 쿵쿵 울릴 때만 ‘아, 지금 공연을 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낭만적인 밤의 야외 공연을 기대했던 내 환상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차라리 이어폰을 끼고 음원으로 듣는 게 훨씬 음질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며 헛웃음이 나왔다.

다음에는 그냥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볼까 하는 생각

결국 공연이 다 끝나기 전에 우리는 대충 짐을 싸서 일어나기로 했다. 나가는 길마저도 들어올 때만큼이나 복잡하고 험난했다. 지하철역으로 다시 걸어가면서 친구와 나는 거의 말이 없었다. 둘 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땀 범벅이 되어 녹초가 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누우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대구에서 큰맘 먹고 야외 공연을 보러 가겠다고 덤볐던 시도는 나에게 엉덩이 통증과 피곤함만을 남겨준 셈이다. 야외가 주는 해방감이나 라이브의 생동감도 좋지만, 역시 나 같은 성향의 사람에게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겪어야 하는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다음번에도 이런 대형 야외 공연 소식이 들리면, 그냥 시원한 방구석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중계나 유튜브 클립으로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야외 공연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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