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늘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일정이 떴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냥 평소처럼 티켓 예매 사이트나 한 번 들어가 볼까 싶었다. 사실 예전에는 공연 한 번 보러 가는 게 이렇게 큰 연례행사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무슨 전쟁이라도 치르는 기분이다. 친구들은 오픈 시간 1분 전부터 PC방을 가네 마네 하길래, 그냥 집에서 느긋하게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니 괜히 긴장이 되는 거다. 킨텍스 콘서트 예매할 때 경험했던 그 대기 순번 숫자가 뇌리에 스치면서 손끝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그냥 안 되면 말지, 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모니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연습 삼아 들어갔던 혜화역 연극 예매 사이트
사실 콘서트 전에 감을 익히려고 며칠 전에는 혜화역 근처에서 하는 작은 연극 티켓 예매를 해봤다. 이건 뭐랄까, 콘서트 티켓팅의 연습 게임 같은 느낌이랄까. 예매 수수료가 포함된 가격이 대략 4만 원대였는데, 인터페이스가 생각보다 복잡해서 한참을 헤맸다. 좌석 선택 버튼을 누르는데 왜 자꾸 로딩 아이콘만 빙글빙글 도는지 모르겠다. 결국 몇 번의 실패 끝에 구석진 자리를 하나 잡았는데, 나중에 보니 무대랑 너무 가까워서 목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성대 근처에서 봤던 소극장 연극은 꽤 가까운 거리감이 좋았는데, 이번 예매는 어째 좀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10월 뮤지컬 시즌이라 그런지 다들 공연장으로 몰리는 건지 뭔지, 뭘 하나 잡으려 해도 버튼 클릭 한 번에 모든 신경이 곤두선다.
예매 창에서 마주한 낯선 시간들
결국 대망의 콘서트 티켓팅 날이 왔다. 접속 대기 시간이 무려 30분 넘게 찍히는 걸 보고는 바로 의자를 뒤로 밀었다. 이게 맞는 건가 싶더라. 분명 어제까지는 그냥 즐겁게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막상 4만 명 뒤에 서 있는 내 대기 번호를 보니 짜증이 밀려왔다. 옆에 둔 커피는 벌써 다 식었고, 방 안은 조용한데 모니터 속에서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초등학생 뮤지컬 예매할 때도 이렇게 치열했나 싶어 검색창에 뮤지컬 순위를 괜히 한번 뒤적여봤다. 사람들이 다들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 아니면 나만 이렇게 유난을 떠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창이 넘어갔을 때는 이미 내가 원하던 구역은 다 나가고 없었다. 남은 자리들은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주저하게 되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며칠간 들였던 노력이 아까웠다.
결국 남은 것은 흐릿한 기대감
어찌어찌 예매를 완료하긴 했다. 그런데 결제창을 넘기고 나니 이상하게 기분이 묘했다. 내가 이걸 꼭 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막상 현장에 가면 또 좋겠지 싶기도 하고. 예전에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찾아다니듯 공연을 봤던 것 같은데, 요즘은 예매 과정 자체가 너무 거대한 관문처럼 느껴진다. 킨텍스 같은 큰 공간에서 하는 스탠딩 콘서트는 체력적으로도 좀 걱정이 되는데, 나이가 들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일단 표는 쥐고 있으니 한 달 뒤에 갈 곳이 생겼다는 위안을 삼아보기로 했다. 막상 당일이 되면 또 어영부영 잘 다녀올 것 같긴 한데, 지금 당장은 예매 사이트를 닫아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음번엔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다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을 내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

콘서트 전에 연극 예매해 본 경험이 있네요. 무대랑 너무 가까워서 목이 아파 보일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연극 예매할 때 좌석 선택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무대랑 너무 멀면 아쉬잖아요.
뮤지컬 예매하면서 좌석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제가 봤던 소극장은 거리감이 딱 좋았는데, 이번처럼 너무 앞이 아닌 게 오히려 불안하더라구요.
4만 명 뒤에 서 있는 상황이 묘하게 느껴지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짜증을 잘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