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단순히 예약 관리만 잘 되면 되는 줄 알았지
숙박업을 처음 시작한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예약 관리만 잘하면 장땡 아닐까’였다. 그냥 여러 예약 플랫폼에 방을 올려두고, 누가 예약하면 잘 체크해서 방 내주고, 들어오면 키 내주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막상 실전으로 들어가니 시작부터 꼬였다. 에어비앤비나 야놀자 같은 곳에 각각 방을 올려두니까, 어느 한 곳에서 예약이 들어오면 다른 곳의 달력을 수동으로 일일이 들어가서 막아야 했다. 이게 하루 이틀은 괜찮은데, 예약이 겹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정말 눈앞이 캄캄해진다. 소위 말하는 ‘오버부킹’ 상황이 발생하면 고객한테 일일이 전화해서 사과해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곤욕인지 겪어본 사람만 안다. 그때부터 채널관리시스템, 즉 CMS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CMS 연동이 말처럼 쉽지는 않더라고
처음에는 사이트마인더나 국내 업체인 산하윙스 같은 곳들을 기웃거려 봤다. 호텔들이 쓴다는 PMS(호텔관리시스템)니 뭐니 하는 것들도 알아봤는데,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 소규모로 시작하는 입장에서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은 정말 뼈아프다. H2O호스피탈리티 같은 곳에서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이 좋아 보이긴 했는데, 나 같은 영세 사업자한테는 너무 거창해 보이기도 했다. 단순히 연동만 잘 되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설치해보면 기존에 내가 쓰던 예약 어플이랑은 인터페이스부터가 달라서 한참을 헤맸다. 웹 기반으로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해서 수치를 확인하는 것까지는 익혔는데, 가끔 서버 오류라도 나면 내가 뭘 잘못 건드린 건지, 시스템 문제인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키오스크랑 도어락 설치하다 멘탈 나간 이야기
사람 안 쓰고 무인으로 돌려보겠다고 객기를 부린 것도 문제였다. 요즘은 모바일 체크인이 대세라고 해서 키오스크랑 스마트 도어락을 알아봤다. 아이스테이 같은 제품들이 눈에 띄어서 가격대를 확인해봤는데, 한 대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몇백만 원은 우습게 깨진다. 내가 직접 설치를 해보겠다고 덤볐다가 도어락 선 연결에서 한참을 고생했다. 문틀 깎아내고 배선 정리하는 게 무슨 DIY 가구 조립하는 수준인 줄 알았더니, 전문가를 부르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했다. 결국 사람 불러서 다시 마감했는데, 그 돈이면 처음부터 업체에 맡기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기계는 차갑고, 오류는 생각보다 잦다. 특히 비 오는 날 도어락 인식 안 될 때마다 고객들한테 전화 오면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리모컨 스위치 하나 달았을 뿐인데
소소하게 비용이라도 아껴보겠다고 대기 전력 차단용 리모컨 스위치를 달았을 때의 일이다. 이게 사실 호텔 같은 곳에서는 필수라는데, 우리 같은 작은 곳에서는 세팅이 묘하게 불편하다. 손님들이 체크아웃하고 나가면서 스위치를 아예 다 꺼버리면 다음 손님 들어오기 전까지 냉장고나 환풍기까지 다 멈춰버리는 상황이 생긴다. 매번 방문해서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니 무인 운영이라는 목적이 퇴색되는 것 같기도 하고. 분명 편리하자고 도입한 것들이 오히려 나를 더 바쁘게 만드는 것 같아서 가끔은 그냥 예전처럼 아날로그로 돌려버릴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아직도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어
여전히 시스템 오류가 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디지털 사이니지나 최신 CMS 연동이 대세라고들 하지만, 현장에서 겪는 사소한 불편함들은 여전히 수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김홍열 대표가 말했던 ‘호텔은 건물이 아니라 운영이다’라는 말이 요즘 들어 왜 그렇게 가슴에 와닿는지 모르겠다. 시스템이 다 해줄 것 같지만 결국 마지막에 수습하는 건 나니까. 누군가는 호텔 관리 솔루션이 다 해결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 솔루션들을 다루는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능숙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시작한다면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장비 욕심내지 말고,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천천히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스템들을 다 걷어내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이 불편함을 그냥 감수하며 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