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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급하게 본 연극 한 편이 남긴 묘한 피로감

계획에 없던 대학로 나들이

지난 주말, 정말 아무 계획 없이 혜화역에 내렸다. 원래는 근처 카페에서 책이나 좀 읽다 올 생각이었는데, 막상 사람들 북적이는 대학로 거리에 나오니 괜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연극 보러 참 자주 왔었는데, 언제부턴가 티켓 예매 창을 켜는 것조차 귀찮아서 발길을 끊었었다. 길을 걷다 보니 여기저기서 호객하는 분들이 많았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이날은 날씨도 춥고 딱히 갈 곳도 없어서 눈에 띄는 공연 중 하나인 ‘나의 PS 파트너’를 현장에서 바로 예매했다. 정가로 치면 4만 원인가 5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현장 할인을 받아서 2만 원대 초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닌데, 그래도 즉흥적인 결정이라 그런지 조금 망설여지긴 했다.

혜화 연극의 특유한 분위기

공연장에 들어서니 의자가 참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예전 기억보다 더 좁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옆 사람과 거의 어깨가 닿을 정도로 앉아 있어야 했다. 사실 영화관처럼 편하게 기대어 보는 곳이 아니라, 연극은 공연 시간 내내 꽤 긴장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 구조다. 옆자리에 앉은 커플은 초반부터 웃음이 터져서 계속 킥킥거렸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 웃음소리가 조금 거슬렸다. 연극은 영화보다 훨씬 생생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관객들의 매너나 반응에 따라 공연의 질이 확 달라진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90분 정도 되는 러닝타임 동안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허리가 좀 뻐근했다.

나의 PS 파트너라는 제목의 함정

솔직히 제목만 보고 가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자극적인 무언가는 없다. 검색을 해봐도 다들 신체 노출은 없다고 하던데, 보고 나니 왜 그런 질문들이 자주 올라오는지 알 것 같았다. 제목이 주는 뉘앙스 때문에 묘한 기대를 하고 온 관객들도 있을 텐데, 막상 내용은 그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찌질한 연애 이야기다. 오히려 그런 점이 나는 나쁘지 않았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뭔가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연극 특유의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몇 번 나올 때마다 내 손발이 다 오그라드는 것 같아서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연기가 부족하다는 건 아닌데, 그 특유의 과장된 연극 톤이 가끔은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공연이 끝나고 남은 것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니 벌써 저녁이었다. 공연장 입구에 서서 다음 일정을 고민했다. 연극 한 편 보고 나니 에너지를 꽤 많이 쓴 기분이다. 친구랑 같이 왔다면 밥 먹으면서 내용을 곱씹었을 텐데, 혼자 나오니 그냥 조용히 지하철역으로 향하게 됐다. 혜화역 주변의 식당들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서 어디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대학로 연극이 주는 재미는 확실히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환경 자체가 조금 피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좁은 좌석, 조금은 뻔한 스토리,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의식하게 되는 주변 관객들까지. 그래도 오랜만에 낯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웃고 떠드는 광경을 보니, 내가 참 사람 많은 곳을 안 다녔구나 싶기도 했다.

앞으로 다시 연극을 볼까

사실 다음에 또 연극을 볼 거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집에 와서 침대에 눕는 순간 ‘아,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나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1초 정도 들었다. 그만큼 연극은 오가는 과정 자체가 일이다. 표를 찾고, 좁은 좌석에 앉아 대기하고, 공연 끝나고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인파를 뚫고 나오는 그 모든 과정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또 날이 좋은 어느 날엔가 아무 계획 없이 대학로를 걷다가 또 공연장을 기웃거릴지도 모르겠다. 그게 대학로가 가진 묘한 마력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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