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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에서 표를 끊다가 결국 앱을 지워버린 이야기

티켓 예매 사이트가 왜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

지난주 금요일인가, 오랜만에 대학로에 연극이나 한 편 보러 가야겠다 싶어서 스마트폰을 켰다. 예전에는 그냥 현장에 가서 매표소 직원분한테 남는 표 있냐고 물어보고 들어갔던 것 같은데, 요즘은 무슨 플랫폼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포털 사이트에 ‘혜화 연극 예매’라고 검색하니까 광고처럼 보이는 링크가 열댓 개는 뜨더라. 하나하나 들어가 봤는데, 어떤 곳은 회원가입을 해야만 가격을 보여주고, 어떤 곳은 이미 좌석이 다 나갔다고 떠서 당황했다. 사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2만 원대 초반 공연을 보려고 했던 건데, 예매 수수료까지 붙으니까 갑자기 이게 맞는 건가 싶더라. 결국 한 시간을 씨름하다가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아서 일단 다 꺼버렸다.

대학로 골목에서 느낀 예매의 현실

결국 토요일 오후에 그냥 무작정 혜화로 나갔다. 사실 이게 더 비효율적이라는 건 알지만, 화면 속에서 좌석을 고르는 것보다 그냥 발로 뛰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현장 예매를 안 받는 소규모 극장이 생각보다 많더라. 입구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는 ‘전석 매진’ 혹은 ‘온라인 사전 예매 필수’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인데도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는 매표소 앞에서 서성이다 보니 괜히 뻘쭘해졌다. 아는 지인은 온오프믹스 같은 곳을 쓰면 소규모 모임이나 강연 같은 것도 찾기 쉽다던데, 나는 그냥 연극 한 편 보고 싶은 거였을 뿐인데 왜 이렇게 정보가 파편화되어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오케스트라 공연 가격을 보고 멈칫했다

대학로 연극 대신 좀 더 큰 공연을 볼까 싶어서 오케스트라 공연 사이트도 들어가 봤다. 그런데 이건 가격대가 아예 차원이 다르더라. 보통 5만 원에서 10만 원대 사이가 흔한데, 예매 대기까지 걸어놔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율주행차나 뭐 그런 복잡한 기술 기사에서나 보던 ‘사이버 보안’ 이슈가 공연 예매 사이트에도 적용되는 건지, 로그인을 할 때마다 매번 본인 인증을 새로 하라는 창이 뜨는 것도 은근히 짜증 났다. 한 번은 결제 창에서 튕겨서 처음부터 다시 예매 과정을 밟았는데, 그사이에 내가 봐둔 앞줄 좌석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을 때는 정말 허탈하더라. 이게 무슨 정보의 바다인지, 그냥 정보의 감옥 같은 기분이었다.

공연장 화장실 앞에서의 짧은 생각

겨우겨우 한 연극 예매에 성공해서 들어갔는데, 인터뷰 기사에서 봤던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공연장의 남성 관객 비율이 낮아서 화장실을 전부 여성용으로 바꿨다는 이야기 말이다. 실제로 내가 간 극장도 남자 화장실이 좁고 찾기 힘들어서 좀 고생했다. 공연 시작 전까지 좁은 복도에 서서 사람들에게 치이다 보니, ‘아, 그냥 집에서 OTT나 볼걸’ 하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다. 공연장은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 병목 현상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안내원분들이 소리를 지르며 줄을 세우는데, 그 풍경이 왠지 모르게 삭막하게 느껴졌다.

결국 끝까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예매 과정

공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배우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이는 거리에서 보니까 확실히 집에서 보는 영상과는 다르긴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예매 내역을 다시 확인해보니, 내가 선택한 옵션이 제일 싼 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대충 아무 링크나 눌러서 결제했던 게 문제였을까. 할인권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그냥 제값 다 내고 본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다음엔 그냥 남들이 좋다는 거 챙겨보지 말고, 발길 닿는 대로 가야지 싶은데 또 막상 다음번이 되면 똑같이 검색창부터 켜고 있을 것 같다. 이게 나아지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익숙해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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