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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넘버를 축가로 부르겠다며 덤볐다가 겪은 일

축가를 뮤지컬 넘버로 정했을 때의 가벼운 마음

친구 결혼식이 잡혔을 때, 나는 꽤 거창한 생각을 했다. 평소 뮤지컬 관람을 즐기기도 하고,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감정을 터뜨리며 부르는 넘버들이 너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보통은 연예인 축가 섭외를 고민하거나 축가 전문 업체를 알아보기도 하지만, 그 비용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든다는 소리를 듣고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내가 직접 해보겠다고 나섰다. ‘지킬 앤 하이드’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같은 대작들의 넘버를 부르면 하객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없는 자신감이었다. 사실 나는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는데 말이다.

연습실 빌리기가 생각보다 번거롭더라

문제는 연습이었다. 집에서 혼자 부를 때는 샤워하면서도 잘 되는 것 같았는데, 막상 결혼식장이라는 공간을 상상해보니 음향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대학로 근처의 작은 연습실을 대여해서 몇 번 가봤는데, 시간당 1만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 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연습실에 가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과 예약하고 입금하는 과정 자체가 은근히 피로했다. 좁은 공간에서 혼자 MR 틀어놓고 마이크 잡고 있는데, 옆방에서는 프로 지망생들이 발성 연습을 하고 있으니 괜히 위축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생각한 그 감동적인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게 가장 괴로웠다.

결혼식 당일 생각했던 것보다 소리가 묻히던 현장

막상 결혼식 당일이 되니 상황은 훨씬 더 복잡했다. 뮤지컬 넘버들은 보통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기반으로 편곡된 것들이 많다. 예식장의 스피커는 그런 풍성한 저음과 고음을 다 담아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예식장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식기 부딪히는 소리, 사회자의 멘트가 섞여 있어서 집중도가 매우 떨어진다. 내가 선택한 곡은 꽤나 감정이 고조되는 곡이었는데, 소리가 천장에 흩어지면서 그냥 ‘시끄러운 노래’가 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중간에 반주가 살짝 튀는 사고까지 있었는데,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 그냥 평범하게 축가 불러주는 가수분을 섭외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비싼 티켓값 대신 얻은 묘한 피로감

뮤지컬 ‘그날들’이나 다른 대작들을 볼 때면 커넥트 데이나 현장 이벤트에 당첨된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배우들을 바로 앞에서 보고 소통도 하니까. 내가 직접 축가를 해보니, 무대 위에 서는 게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20만 원짜리 VIP석 티켓을 끊고 편하게 앉아서 즐기는 공연과, 내가 주인공이 되어 관객의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축가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끝나고 나니 성취감보다는 그냥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 더 컸다. 친구는 고맙다고 했지만, 다음번에도 축가를 부탁한다면 나는 아마 아주 정중하게 거절하거나 차라리 돈을 조금 모아서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볼 것 같다.

아직도 남은 찝찝한 기억

사실 결혼식이 끝나고 며칠 동안 영상이나 사진을 다시 찾아보지 않았다. 분명히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왠지 모르게 민망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가끔 뮤지컬 예매 사이트나 티켓베이 같은 곳에서 중고 티켓을 뒤적이다 보면, 그날의 긴장감이 다시 떠오른다.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배우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의 공기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던 거였다. 나는 그걸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나는 그냥 평범하게 축하의 말을 전하는 정도로만 만족할 것 같다. 굳이 무리해서 이벤트를 하겠다고 나서는 건, 다시 생각해도 정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뮤지컬 넘버를 축가로 부르겠다며 덤볐다가 겪은 일”에 대한 2개의 생각

  1. 혼자 연습할 때는 괜찮았는데, 결혼식장 생각하니 음향 때문에 정말 난감할 것 같아요. 특히 프로 지망생들 발성 연습 소리 들으면서 위축되는 것도 끔찍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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