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예매 창을 켜고 겪었던 첫 번째 혼란
오랜만에 클래식 연주를 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매 페이지를 열었다. 요즘은 뭐든 다 스마트폰 앱으로 하는 세상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인터파크 티켓이랑 예술의전당 자체 홈페이지 예매 창이 연동되는 과정부터가 약간 삐걱거렸다. 아이디랑 비밀번호가 도무지 기억이 안 나서 본인 인증을 하고 재설정하는 데만 10분을 넘게 썼다. 겨우 로그인해서 들어가니 이미 오후 2시 티켓 오픈 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고, 화면에 남아 있는 좌석들은 듬성듬성한 포도송이처럼 보였다. 첼로연주자 독주회나 성악가 독창회 같은 공연은 대중 가요 콘서트보다 좌석 선택이 덜 치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좋은 자리는 순식간에 다 나가고 없었다. 남은 자리 중에서 어디를 골라야 할지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참을 망설였다.
남들이 추천하는 합창석과 실제 내가 앉았던 자리의 차이
인터넷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 클래식 고수라는 사람들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합창석’이 가성비도 좋고 연주자의 손가락 모양이나 지휘자의 표정이 잘 보여서 은근히 명당이라고 쓴 글을 봤던 기억이 났다. 가격도 일반 R석이 120,000원 정도 할 때 합창석은 40,000원이나 50,000원 선이라 확실히 주머니 사정에 덜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덜컥 합창석 구석자리를 예매했는데, 막상 당일날 가서 앉아보니 이게 웬걸, 소리가 무대 뒤쪽에서 위로 퍼져서 그런지 첼로의 묵직한 저음이나 피아노 소리가 벽에 한 번 부딪혀서 먹먹하게 들리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지휘자의 등짝만 내내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것도 시각적으로 금방 지루해졌다. 남들 말만 믿고 덜컥 예매했다가 낭패를 본 셈이다. 내 귀에는 전혀 명당이 아니었다.
남부터미널역에서 내려서 언덕을 오를 때부터 꼬이기 시작한 일정
공연 당일 날씨도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배차 간격이 안 맞았는지 대기 줄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탈 수가 없었다. 결국 걸어가기로 하고 언덕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그날따라 새로 산 구두를 신고 나와서 뒤꿈치가 쓸리고 아팠다. 예술의전당 입구까지 걸어서 한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콘서트홀 건물 안으로 들어설 때쯤에는 이미 땀 범벅이 되어 있었다. 클래식 공연이라고 나름 셔츠에 단정한 바지까지 챙겨 입고 나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땀을 식히느라 팸플릿으로 연신 부채질만 해댔다. 시작도 하기 전에 몸이 피곤해지니 공연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싹 사라졌다.
7만 원이라는 티켓 값과 공연 도중에 들린 뜻밖의 잡음
이번에 예매한 티켓은 예매 수수료까지 포함해서 대략 75,000원 정도였다. 아주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지불할 만한 돈도 아니었다. 조용히 음악에 집중하면서 머리를 좀 식히려고 간 자리였는데, 내 바로 옆자리에 앉은 관객이 공연 중간중간 계속 팸플릿을 만지작거리며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클래식 공연장 특유의 아주 고요한 정적 속에서 악기 연주가 흘러나올 때 들리는 슥슥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거슬렸다. 대놓고 뭐라고 주의를 주기에도 참 애매한 수준의 미세한 소음이라 그냥 혼자 속으로 참아야 했는데, 그 스트레스 때문에 연주 소리가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공연 중간에 쉬는 시간인 인터미션이 되자마자 밖으로 나와 생수를 사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클래식 음악 예매는 대중음악 콘서트 티켓팅과는 확연히 달랐다
예전에 가요 콘서트나 재즈밴드 내한 공연을 예매할 때는 무조건 무대와 가까운 앞자리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스탠딩 구역이나 앞쪽 열을 어떻게든 잡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클래식은 음향의 밸런스라는 게 있어서 무대와 너무 가까우면 특정 파트 악기 소리만 과하게 크게 들리고 전체적인 오케스트라의 조화가 깨진다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다고 너무 뒤로 가거나 위층으로 가자니 연주자의 디테일한 동작이 전혀 보이지 않아 마치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국 나 같은 초보자에게 딱 맞는 명당자리가 어디인지 아직도 정확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2층 앞줄이 낫다는 사람도 있고, 1층 중앙 뒤쪽이 낫다는 사람도 있어서 의견이 분분하니 머리만 더 복잡해졌다.
다음에도 굳이 이 피켓팅을 뚫고 가야 하는지 남는 의문
공연이 다 끝나고 예술의전당을 빠져나오는 길은 여전히 혼잡했다.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들의 경적 소리와 지하철역으로 걸어 내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방금 들었던 첼로 선율은 금세 머릿속에서 휘발되어 버렸다. 굳이 이 비싼 티켓 값을 내고 번거로운 예매 대기 시간을 견디며 여기까지 와서 음악을 들을 가치가 있었을까 하는 회의감이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들었다. 그냥 집에서 조용히 유튜브로 고음질 음원을 틀어놓고 듣는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훨씬 편안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미세한 공기의 울림 때문에 다음 연주회 예매 창을 또 기웃거리게 될지, 아니면 그냥 당분간 포기할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저도 유튜브로 고음질 음원 스트리밍 하는 게 훨씬 편할 때 있더라구요. 특히 복잡한 교통 때문에 공연장 가는 게 힘들 때 더 그런 것 같아요.
음향 밸런스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되네요. 제가 예전에 콘서트 티켓팅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오히려 악기 소리가 뭉개지는 느낌 때문에 불편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