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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연극 한 편 보고 싶어서 예매했던 날의 기억

티켓 예매부터가 이미 고민의 시작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주말에 갑자기 어디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만 박혀 있다 보니 뭔가 문화 생활이라는 걸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급하게 검색을 시작했다. 대학로 쪽 공연을 볼까 하다가 요즘은 좀 지치기도 하고, 그냥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걸 찾게 됐다. 경성대 근처에서 하는 연극이나 공연 소식을 훑어봤는데,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보니 경성대 연극영화과가 꽤 유명했던 게 떠올랐다. 단순히 그냥 시간 때우기용 공연이 아니라, 나름대로 열정을 가지고 준비하는 작품들을 보고 싶었다. 예매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가격대는 보통 2만 원에서 3만 원대 정도였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딱히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막상 결제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과연 주말에 시간을 내서 끝까지 앉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민 끝에 한 공연을 예매했는데, 좌석 선택까지 마치고 나니 묘하게 숙제를 하나 끝낸 기분이 들었다.

현장에서 느꼈던 미묘한 어색함과 열기

공연 당일, 경성대 인근의 작은 극장을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골목길을 한참 헤매다가 겨우 도착했는데, 이미 입구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기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극장 내부의 공기가 확실히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만드는 공연이라 그런지, 프로들의 완벽한 무대와는 확연히 다른 투박함이 있었다. 소품 하나하나가 정교하지 않고 조금은 엉성해 보이기도 했다. 무대 전환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조명도 가끔은 주인공의 얼굴을 제대로 비추지 못하고 옆으로 빗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런 어설픈 부분들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줬다는 점이다. 오히려 완벽하게 짜인 서울 대학로의 상업 공연들보다 훨씬 더 날것의 생동감이 느껴졌달까. 옆 좌석에 앉은 관객은 공연 내내 엄청나게 집중해서 보던데, 나는 사실 중간중간 ‘저 조명은 왜 저렇게 어둡지?’ 같은 딴생각을 하느라 내용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남은 알 수 없는 찝찝함

공연이 다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해가 다 진 뒤였다. 생각보다 공연 시간이 길게 느껴져서 몸이 꽤 뻐근했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것 같은데, 앉아있는 동안 다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몇 번이나 자세를 바꿨는지 모르겠다. 극장 의자가 딱딱해서 그런지 허리가 살짝 아파오기도 했다. 공연장 밖으로 나와 친구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는 서로 다른 포인트에서 갸우뚱했다. 나는 주연 배우의 연기가 조금 과장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그게 이 극의 핵심이라며 나랑은 전혀 다른 감상을 늘어놓았다. 누구 말이 맞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고, 사실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아, 그냥 그런 연극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다시 연극을 보러 갈지는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다른 연극들의 평점을 검색해봤다. 그런데 평점이 좋다고 해서 꼭 내 취향인 것도 아니고, 평점이 낮은 공연이라고 해서 재미없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만 다시 깨달았다. 다음에 또 연극을 보러 가게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번엔 나름의 활력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끝나고 난 뒤에 찾아오는 이 묘한 피로감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돈을 낸 만큼의 확실한 재미나 감동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실패라고 하기엔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몇 개 있기도 하다. 그냥 그날의 공기나 공연장의 낡은 냄새, 삐걱거리는 소리 같은 것들이 한참 뒤에 문득문득 떠오를 것 같긴 하다. 큰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실망도 크지 않았지만, 다시 또 굳이 시간을 내서 찾아갈 만큼 강력한 매력이 있었는가 하면 그것도 의문이다. 결론이 나지 않는 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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