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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 갑자기 계획이 틀어졌다

계획에 없던 대학로 발걸음

주말에 별다른 약속이 없다가 갑자기 대학로에 가기로 했다. 사실 딱히 목적지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날씨도 적당히 선선하길래 혜화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지하철 4호선을 타고 혜화역에 내렸는데,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 당황했다. 1번 출구 쪽으로 나오니 ‘1번출구 연극제’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축제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막상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커 보였다. 사실 대학로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연극 정보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뭘 봐야 할지 결정하기가 더 어렵다. 예전에는 홍대나 강남 쪽 연극도 기웃거려 봤는데, 결국 다시 대학로로 돌아오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1번 출구 앞의 복잡한 선택지

지하철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호객하는 분들이 많아서 살짝 정신이 없었다. 예매를 미리 하고 오지 않았던 탓에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었다. 대략 2만 원에서 4만 원 사이면 적당한 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할인 적용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작품은 매진이고, 또 어떤 작품은 자리가 너무 앞이라 부담스럽고. 결국 적당히 평이 괜찮아 보이는 연극을 골라야 했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피곤했다. 인터넷으로 미리 찾아보고 올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냥 영화관이나 갈까 하는 후회도 잠깐 들었다.

소극장 특유의 불편함과 몰입감

겨우 티켓을 끊고 들어간 공연장은 역시나 좁았다. 의자 간격이 너무 좁아서 옆 사람과 거의 붙어 앉아야 했는데, 이게 대학로 연극의 묘미라고 하기에는 조금 힘들었다. 무릎이 앞 좌석에 닿을락 말락 하는 그 거리감. 공연이 시작되고 나니 주변 사람들의 기침 소리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래도 배우들의 열기는 가까이서 느껴지니까 그건 좋았다. 멀리서 보는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맛이랄까. 대전이나 광주 같은 지방에서 공연을 볼 때는 이런 좁은 공간의 맛을 느끼기 어려운데, 역시 혜화역 근처 연극 특유의 분위기는 이런 좁은 소극장이어야 완성되는 것 같기도 하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의 간극

중간에 관객 참여형 장면이 있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당황스러웠다. 나는 조용히 보고 싶었는데 배우가 갑자기 말을 걸까 봐 숨을 죽이고 있었다. 다행히 내 옆 사람이 지목되었는데, 왠지 내가 더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사실 대학로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극을 깊이 있게 보러 오기보다는 그냥 가벼운 데이트 코스로 생각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연극제 슬로건처럼 ‘나의 첫 번째 연극’으로 삼기에 적당한 작품을 고르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가끔은 너무 대중적인 코드만 따라가는 건 아닌가 싶어서 아쉬울 때도 있고, 또 너무 실험적인 연극은 보고 나면 머리가 아프기도 하니까.

혜화역을 떠나며 드는 의문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오늘 본 연극이 기억에 남을지, 아니면 그냥 주말의 평범한 한 조각으로 사라질지는 잘 모르겠다. 연극 예매를 미리 안 해서 현장에서 헤맨 시간이나, 좁은 의자 때문에 쑤시는 허리를 생각하면 ‘다음에는 정말 계획을 잘 짜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아마 다음에도 똑같이 1번 출구 앞에서 방황하고 있을 것 같다. 딱히 추천받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만족스러운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연극을 보러 오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가끔은 그냥 영화 보는 게 더 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끝까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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