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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팅 실패하고 혜화 소극장 가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서버 시간까지 확인했는데 결국 놓쳐버린 티켓팅

며칠 전부터 알람을 맞춰두고 대기했다. 이번 콘서트는 꼭 가고 싶어서 네이버 시계까지 띄워놓고 초 단위로 새로고침을 했다. 6월에 열리는 행사라 그런지 벌써부터 대기 순번이 어마어마하더라. 사실 콘서트 예매 사이트가 한두 곳도 아니고, 예스24나 인터파크 같은 곳에서 매번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비결이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정각이 되자마자 클릭했는데, 익숙한 대기 메시지만 한참을 보다가 결국 ‘매진’이라는 글자를 보고 말았다. 그 허탈함은 겪어본 사람만 알 거다. 분명 서버 시계도 맞췄고, 결제 수단도 미리 등록해뒀는데 왜 내 앞에는 5천 명이나 되는 대기자가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짧은 순간의 긴장감이 허무함으로 바뀌는 건 참 순식간이다.

집 근처 소극장에서 보낸 무기력한 오후

결국 티켓팅 실패의 여파로 주말 내내 기분이 묘했다. 뭔가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은 이미 달아올랐는데, 정작 보러 갈 곳이 없으니 답답하더라. 결국 충동적으로 대학로로 향했다. 예전에 친구랑 갔던 혜화역 근처 소극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이런 곳에서 초등학생 뮤지컬이나 어린이 연극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성인들을 위한 연극도 많다. 2만 원에서 3만 원 정도 하는 저렴한 티켓을 현장에서 급하게 구매했다. 대형 콘서트의 화려한 조명이나 거대한 전광판은 없지만, 배우들의 숨소리가 바로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는 나름의 위안이 됐다. 관객석이라고 해봐야 겨우 100석 남짓했을까. 낡은 의자에 앉아 있으니 콘서트 낙오자의 기분은 조금 잊히는 것 같았다.

시야를 고민하던 그때가 차라리 나았던 건지

공연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 갈 때마다 2층 구역 어디가 좋을지, 돌출 무대가 잘 보일지 고민하며 커뮤니티를 뒤지던 시간이 사실은 가장 설레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내가 들어간 소극장은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냥 빈자리에 앉으면 거기가 곧 명당이니까. 159cm라는 내 키 때문에 스탠딩 공연에서 뒷자리에 걸리면 어떡하나 걱정하던 고민들이 참 사소하게 느껴졌다. 소극장 연극은 배우들의 표정이 워낙 잘 보여서 오히려 몰입감은 좋았는데,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 커다란 경기장에서 울려 퍼질 노래를 듣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이게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화려한 것을 찾다가도 막상 너무 소박한 걸 보고 있으면 다시 화려한 게 그리워진다.

혜화 골목에서 밥 먹고 돌아오는 길의 묘한 기분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밤 9시가 넘었다. 대학로 골목은 여전히 북적거렸고, 어디선가 마술 공연을 하는지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몇 년 전 대구에서 버스킹을 보러 갔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팬들과 가까이서 소통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무작정 혼자 연극을 보고 나오니 기분이 묘했다. 혜화역 4번 출구 쪽에서 간단히 밥을 먹으려다 말았다. 딱히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공연의 여운이랄까 아니면 티켓팅 실패의 씁쓸함이랄까, 그런 게 섞여서 그냥 지하철역으로 걸어 들어갔다. 수원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게 매번 쉬운 일은 아니다. 왕복 3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서 겨우 90분짜리 연극을 보고 온 건데, 이게 남는 장사였는지 아니면 그냥 시간 낭비였는지 판단이 안 선다.

다음엔 진짜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집에 돌아와 다시 공연 예매 사이트를 켜봤다. 혹시 취소표가 나왔을까 해서 새로고침을 몇 번 해봤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다. 보통 한 번 실패하면 다음에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징크스 같은 게 있지 않나. 어쩌면 내가 원하는 자리를 얻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미션이었을지도 모른다. 공연을 보는 건 참 즐거운 일인데, 그 공연장 입구까지 들어가는 과정이 왜 이렇게 전투적인지 모르겠다. 다음번에도 또 이런 일을 반복하게 될까? 아마 그럴 것이다. 며칠 뒤면 또 다른 라인업이 뜨고, 나는 다시 알람을 맞추고, 다시 네이버 서버 시간을 확인하고 있을 테니까. 참 부질없으면서도 포기하기 힘든 취미인 것 같다. 오늘 본 연극은 좋았지만, 다음번에는 꼭 그 경기장 안에서 2층 구역이라도 좋으니 앉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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