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 예매의 끝없는 굴레
주말에 친구랑 혜화역에 가기로 했다. 사실 딱히 정해둔 건 없었다. 그냥 대학로에 가면 뭐라도 있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무작정 나가서 매표소 앞에 붙은 종이 보고 현장 예매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은 죄다 온라인 예매더라. 인터파크랑 네이버 예매 사이트를 켰는데, 무슨 연극이 이렇게 많은지 머리가 아팠다. 랭킹 순위가 있긴 한데 이게 진짜 사람들이 좋아서 본 건지, 아니면 마케팅을 잘해서 상단에 올라와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가격대도 1만 원대에서 4만 원대까지 제각각이라, 비싼 건 왜 비싼 건지 싼 건 왜 싼 건지 꼼꼼히 따져보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기엔 너무 귀찮았다.
혜화역 소극장 찾다가 다리가 먼저 풀렸다
결국 대충 평점 높아 보이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나 골랐다. 공연 장소가 후암스테이지 쪽이었나, 아무튼 혜화역 3번 출구에서 나와서 한참을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지도를 보고 갔는데도 골목이 너무 복잡했다. 소나무길이라길래 예쁜 길일 줄 알았는데, 그냥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골목이었다. 한 5분 정도 걸으면 된다고 했는데, 길치인 우리 둘이서 헤매다 보니 15분은 훌쩍 넘긴 것 같다. 공연 시간 10분 전인데 입장 줄이 너무 길어서 당황했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미리 알고 딱 맞춰서 오는지, 우리만 항상 마음이 급한 것 같다.
너무 가까워서 민망했던 거리감
소극장 공연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예전에 갔던 곳은 그래도 의자가 좀 편했던 기억인데, 이번에 간 곳은 의자가 정말 딱딱했다. 앞사람이랑 무릎이 거의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좁아서 공연 내내 자세를 고쳐 앉느라 허리가 다 아팠다. 배우들 숨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가깝긴 한데,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 잘 모르겠다. 관객석 분위기도 공연마다 너무 달라서 복불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너무 크게 웃는데, 우리 쪽은 왠지 조용해서 괜히 눈치 보느라 제대로 웃지도 못했다. 예매할 때 좌석 배치도만 봐서는 이런 분위기까지 알 수 없으니까 답답하다.
티켓값 3만 원의 가치에 대하여
이번 연극은 할인받아서 인당 2만 5천 원 정도 줬던 것 같다. 영화 한 편보다는 확실히 비싸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대단한 공연을 본 것도 아니다. 끝나고 나오는데 배우들이 입구에서 사진 촬영을 해준다고 줄을 서라고 하더라. 근데 뭔가 쑥스러워서 그냥 슥 지나쳐 나왔다. 친구는 나중에 좀 아쉽다고 했는데, 나는 그냥 빨리 사람 많은 골목에서 벗어나서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고 싶었다. 대학로 근처에 카페가 정말 많지만 주말이라 어디든 만석이라서 겨우 자리 잡은 곳은 커피값이 7천 원이 넘더라. 티켓값보다 커피값이 더 나오는 상황이 좀 웃겼다.
다음에 또 갈까 말까 고민하게 되는 지점
대학로 연극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막상 안 가려고 하면 괜히 혜화동 특유의 그 북적이는 분위기가 그리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예매 순위 높은 거 보고 골랐지만, 내용이 엄청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그냥 주말에 멍하니 앉아서 웃고 떠들다 온 게 전부다. 다음에는 그냥 미리 예매하지 말고 당일 현장에서 매진 안 된 거 있으면 아무거나 보러 갈까 싶기도 하다. 굳이 고민하고 따져봐도 결국은 다 비슷한 경험인 것 같아서. 그래도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4호선 안에서 친구랑 오늘 본 배우 연기 어땠냐며 짧게 떠드는 그 순간은 나쁘지 않았다. 이게 공연을 보는 이유인가 싶다가도, 다음 주말엔 그냥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