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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공연이라고 쉽게 생각했다가 예매부터 꼬였던 서귀포행

무료 공연이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예매창을 열었는데

동네 게시판이나 지역 문화 뉴스 같은 걸 뒤적거리다 보면 가끔 괜찮아 보이는 행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침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클래식 같이 볼까?’라는 기획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제주 출신 연주자들로 구성된 트리오 디오라는 팀의 클래식 연주라고 했다. 관람료가 무려 전석 무료였다. 공짜 공연이니까 그냥 시간 맞춰 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전 예매를 해야 한단다. 게다가 48개월 이상 관람 가능이라는 조건도 붙어 있었다. 컴퓨터를 켜고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무료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본인 인증을 해야 하고 회원가입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꽤나 귀찮았다. 보통 유료 공연 예매할 때 거치는 예매 대행 수수료 결제 단계만 없을 뿐이지 절차는 똑같았다. 오히려 무료라서 사람들이 더 몰렸는지 원하는 앞쪽 좌석은 진작에 다 차 있었고, 어정쩡한 사이드 좌석 겨우 두 장을 쥐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말에 가볍게 바람 쐬러 가기 딱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주말 오후 서귀포 예술의전당까지 넘어가는 험난한 운전길

공연 시간은 토요일 오후 3시였다. 제주시청 근처인 우리 집에서 서귀포예술의전당 소극장까지 가려면 516도로를 타고 한라산을 넘어가야 하는데, 주말 낮 시간대라 그런지 도로에 차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내비게이션을 켜보니 예상 소요 시간이 1시간이 훌쩍 넘게 찍혔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가는데 옆자리 가족은 멀미를 하기 시작했고, 운전하는 나도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주차장에 겨우 도착했을 때는 공연 시작 15분 전이었다. 주차 자리가 없어서 예술의전당 주변 골목을 두 바퀴나 뱅뱅 돌았다. 무료 공연이라 주차장 요금도 따로 없었지만, 그만큼 관리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다들 아무렇게나 차를 대놓은 탓에 차를 빼고 넣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소극장 로비로 뛰어 들어갔는데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였다.

소극장 안에서 마주한 뜻밖의 어수선함과 대기 시간

표를 바꾸고 소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공간이 협소했다. 대극장처럼 웅장한 느낌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소극장의 좌석 간격이 너무 좁아서 옆 사람의 숨소리까지 다 들릴 지경이었다. 더 곤혹스러웠던 건 관객들의 분위기였다. 48개월 이상 입장 가능이라 그런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 유튜브 음악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고, 아이들은 공연 시작 전까지 통제가 안 돼서 통로를 뛰어다녔다. 클래식 독주회나 정식 콘서트홀의 묵직하고 차분한 대기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완전히 낭패를 볼 만한 환경이었다. 나 역시 조용히 리플릿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싶었지만, 사방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 때문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예매 단계에서 무료라는 사실에 눈이 멀어 정작 공연장의 분위기가 어떨지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내 불찰이었다.

트리오 디오의 연주와 뒤섞인 아이들의 칭얼거림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 위 조명이 켜졌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로 구성된 트리오 디오의 연주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제주 출신 음악가들이라 그런지 왠지 모를 친근감도 느껴졌고, 클래식 선율과 함께 뒤에 나오는 영상 콘텐츠도 나름대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연주가 시작된 지 10분쯤 지났을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갑다. 조용하던 객석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엄마, 언제 끝나?”, “집에 가고 싶어” 같은 소리들이 피아노 독주 파트의 잔잔한 음률 사이로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연주자들도 당황했는지 미세하게 템포가 흐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무료 가족 공연의 특성상 어느 정도 소음은 감수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귓가에 맴도는 아기 울음소리와 바이올린 소리가 뒤섞이는 상황은 솔직히 귀를 피로하게 만들었다.

돈을 내고 가던 유료 연주회들과 자꾸 비교하게 되는 얄팍한 마음

연주회가 진행되는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지난번에 서울 출장 중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인당 5만 원 정도를 주고 봤던 유료 클래식 공연이 자꾸 떠올랐다. 그때는 관객들 모두 숨죽이며 연주에 몰입했고, 그 침묵조차 공연의 일부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오늘 서귀포에서의 경험은 달랐다. ‘공짜니까 이 정도 소란스러움은 참아야 하나?’, ‘차라리 돈을 좀 내더라도 정식으로 통제되는 클래식 연주회를 예매해서 갈 걸 그랬나?’ 하는 얄팍한 계산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무료라는 메리트가 누군가에게는 클래식의 문턱을 낮춰주는 좋은 기회이겠지만, 조용히 음악 감상 자체에 몰입하고 싶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비용을 지불하고 얻는 쾌적함이 더 소중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유튜브로 다른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듣고 있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서귀포의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가족들 모두 지쳤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운전대를 잡았는데, 귀가 먹먹하고 멍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 조용한 차 안에서 내가 한 일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클래식 채널을 켜서 아까 들었던 곡들을 다시 검색해 재생하는 것이었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깨끗하고 잡음 없는 음원을 들으면서야 비로소 마음이 좀 차분해졌다. 무료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겠다고 서귀포까지 차를 몰고 갔던 그 몇 시간 동안의 수고가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졌다. 다음에도 비슷한 지역 문화 행사가 열린다면, 나는 과연 다시 예매 창을 열고 회원가입을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 있을까.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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